회원동정

2019.03.05 11:04

빈집 같이 차가운

조회 수 3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BlOORM.jpg

 

뚝배기

 

이제는 도마 위에 비스듬히 놓인

어머니를 보고 있다 불도 꺼지고

칼도 사라지고 빈집 같이 차가운

뚝배기만 바라보고 있다

 

그 맛이 절대적으로 구수하다

오지 그릇 뚝배기 하나 받아놓고

후후 불면서 이제는 장작개비

같이 드러누운 아버지를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

아버지가 뚝배기 같아서

어머니는 된장국 같아서

이제 막 밥상에 올려 놓았으니

뜨거워 완전히 혀 데겠다

 

내가 저 틈바구니에서

우연히 목숨 얻었으리라

저 조화로운 生에서 이름을

떡 하니 부여받았으리라

 

어머니가 말이다 파도 쓸고

마늘도 다져 넣은 어머니의

마음이 말이다 비린내도

죽이고 향긋하겠다

 

아버지가 말이다

은근슬쩍 아궁이에서 달군

아버지의 몸이 말이다

펄펄 끓어서 손도 못 대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 물의 고뇌가 깊어 달무리2 2019.03.19 332
35 어둠을 뚫는다 달무리2 2019.03.18 284
34 지지 않기 위해서 달무리2 2019.03.18 361
33 겹겹이 다져 논 삶 달무리2 2019.03.15 333
32 걷고 싶다 달무리2 2019.03.15 313
31 사랑은 너무 멀리 있고 달무리2 2019.03.14 403
30 일 수 없는 녀석 달무리2 2019.03.14 380
29 열매 떨어진 곳 달무리2 2019.03.13 296
28 웃자 달무리2 2019.03.13 342
27 금빛 찬란한 당신 달무리2 2019.03.12 279
26 고난의 기둥 달무리2 2019.03.12 335
25 간직하기를 달무리2 2019.03.11 345
24 무르게 만들고 달무리2 2019.03.11 298
23 사방 멍이 들었다 달무리2 2019.03.08 316
22 놀랍게 반짝이는 달무리2 2019.03.08 313
21 그대의 심장으로 달무리2 2019.03.07 331
20 배신과 갈취 달무리2 2019.03.07 459
19 해피 뉴이어 달무리2 2019.03.06 396
18 나를 건너가는 것 달무리2 2019.03.06 346
» 빈집 같이 차가운 달무리2 2019.03.05 39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